학교가 침묵을 요구할 때… 교육은 어디에 서 있는가


 칼럼니스트 이헌숙


이 글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. 한 교감이 지속적인 압박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. 

사건 이후 사실 공방과 함께 ‘자작극’이라는 낙인까지 유통되며 또 다른 상처가 이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.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.

 이 사건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조직의 작동 방식이 드러난 사례이기 때문이다.


첫 번째 문제는 감사 권한의 비대칭이다. 감사는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. 그러나 특정 개인을 향해 반복되고 확대되는 순간 그 기능은 변질된다.

 누가 감사의 개시를 결정하는가. 범위와 방식은 어떤 기준으로 통제되는가.

 이 질문에 명확한 답이 없다면 감사는 언제든 압박의 도구로 전환될 수 있다.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감사위원회, 감사 개시와 범위를 기록하는 공개 로그, 표적 감사를 금지하는 명문화된 규정이 필요한 이유다.


두 번째 문제는 위계가 만드는 침묵이다. 교육 조직은 여전히 강한 상하 구조를 유지한다. 이 구조에서 이의 제기는 위험이 된다. 고발 취하 요구나 서약 강요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이 맥락에서 이해된다. 핵심은 보호 경로의 부재다. 

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면 조직은 스스로 오류를 교정할 수 없다. 독립 신고 채널과 보복 금지의 실효적 집행, 인사 불이익을 추적하는 시스템이 기본 조건이다.


세 번째 문제는 2차 가해의 유통 구조다. 사실 확인 이전에 해석이 퍼진다. ‘개인 일탈’ ‘자작극’ 같은 언어가 먼저 돌고, 진실은 뒤로 밀린다. 이 과정에서 당사자의 명예는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는다. 조직은 조사 종료 전 공식 입장을 제한하고,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유통을 통제해야 한다. 

명예훼손에 대한 내부 징계 기준도 분명해야 한다. 침묵이 아니라 절차가 보호가 되어야 한다.


네 번째 문제는 교육의 목적 훼손이다. 학교는 존엄과 정의를 가르치는 공간이다. 그러나 그 공간 안에서 교육자가 자신의 존엄을 지키지 못한다면 교육의 정당성은 무너진다. 학생에게 요구하는 가치가 조직 내부에서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 교육은 설득력을 잃는다. 

교직원의 심리적 안전을 측정하는 지표, 관리자 평가에 인권 항목을 반영하는 제도, 위기 상황에서 즉시 개입하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.


이 사건은 공포를 남긴다. 그러나 공포로 끝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. 구조를 직시할 때 변화의 경로가 보인다. 교육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. 

그 최소 조건은 권력이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. 한 사람의 절규가 다시 침묵으로 묻히지 않기 위해, 우리는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.



작성 2026.04.21 10:46 수정 2026.04.21 10:46

RSS피드 기사제공처 : 출판교육문화 뉴스 / 등록기자: ipec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

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

댓글 0개 (1/1 페이지)
댓글등록-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.
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.
Shorts NEWS 더보기
주담대 3억 한도? 영끌족도 결국 손 들었다!
삼성전기 주가 반토막 비명, 바닥인가 탈출 기회인가 분석
정·재계 뒤흔든 역대급 민간 결사체 떴다… 사단법인 더나은대한민국
사회공헌만 하시겠습니까260여 개 언론에 기록하시겠습니까 #ESG #ES..
유튜브 NEWS 더보기

브랜드 가치를 넘어선 존재의 거룩한 광휘 -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(101)

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초청토론회

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[19] - 이스라엘 3대 절기와 그 의미

두려움을 신뢰로 바꾸는 관계의 언어학 -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(100)

상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보장특구사업 상리마을 주민리더 도쿄탐방기

봄 (Feat.황정호)

흩어진 말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세우는 법 -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(99)

[50 Movements] #9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| 리처드 용재 오닐 & 디토 오케스트라 | Shos...

병원 광고비, 어디서 새고 있습니까? 팀퍼포먼스 정용훈 대표가 말하는 AI 병원 마케팅

믿음의 선배들(8) - 타협을 모르는 순교자, 로마의 히폴리투스

개인vs법인사업자 장단점과 법인전환 절세방법(feat. 가족법인과 영업권으로 절세하기)

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[18] - 사라진 열 지파, 흔적 찾기

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(98) 욕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혼의 정교한 매뉴얼

#쏠롱구스노래들024 #SOS024 #광야 #Wilderness #정원진 #solongus #CCM #car...

HAUSER - Oblivion (Piazzolla)

칭찬사랑나눔 칭찬합시다축제시작된다. #칭찬문화

은혜와 감동이 물결치는 찬양 - 삼일노회 수련회

믿음의 선배들(7) - 열정의 신학자,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

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[17] - 피 터지는 성전논쟁, 그 시작은?

캔바는 디자이너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었을까? l Canva 팝업 행사 디자인 과정 공개